사회 전국

불 꺼져가는 '용주골'...최대 성매매 집결지 맞닿은 통학로

노진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0 13:52

수정 2023.08.20 13:52



파주시가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모습. 파주시 제공
파주시가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모습. 파주시 제공
【파주=노진균 기자】 "성매매 집결지가 자리한 곳이 학생들의 통학로였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유일한 길이 이곳이라는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경기북부 최대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현장을 다녀 온 경기 파주시 관계자는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같은 파주에 살고 있지만 해당 지역을 벗어난 지역의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 늦은 저녁이 귀가하는 학생들이 이곳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더 이상 아이들에게 불법의 현장을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용주골'로 불리는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는 6·25전쟁 이후 미군기지 주둔으로 파주읍 연풍리 일대에 형성돼 현재 70개 업소에서 150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곳은 한때 220여 곳의 성매매업소와 유흥업소들이 집결한 국내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인식돼 왔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시도에 그치던 중 민선8기 들어 본격화 됐다.

파주시는 행정 대집행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는 8월 7일부터 행정 대집행을 단계별로 실시하고 있는 경기 파주시는 올해 11월까지 대집행을 마무리 한 뒤 구상권 청구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성매매 집결지의 완전 폐쇄를 위해 지난 2월 용주골 내 위반건축물 실태조사를 벌여 불법 증축이나 무허가 등 위법이 확인된 100여 개 건물 소유자 등에게 위반건축물 자진 시정 명령을 통보했다.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에 반발하는 종사자들이 지난 3월 23일 파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계를 위협하는 강압적인 폐쇄는 인권유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의 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에 반발하는 종사자들이 지난 3월 23일 파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계를 위협하는 강압적인 폐쇄는 인권유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적발된 건축물 중 소유자가 직접 철거에 나선 건축물이 6개 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7월 17일 1단계 정비 대상 위반건축물 32개 동에 대해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했으며 8월부터 강제철거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성매매집결지 내 불법건축물이 없어질 때까지 과감하게 정비할 예정"이라며, "절차에 따라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시정명령을 통보했지만 이행하지 않는 곳에는 강제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의 예산이 사용되는 만큼 관계인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파주시의 노력으로 성매매 집결지는 점차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1월 2일, 현충탑 참배 후 시장 집무실로 이동해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1호 공식문서로 결재했다.

이에 앞서 민선 8기를 시작한 파주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성평등 관련 현안을 파악해 정책으로 수립하기 위해 여성정책전문 자문그룹을 운영한 바 있다.

여성정책전문가, 여성인권활동가, 시민들로 구성해 첫 회의를 개최했으며, 회의를 통해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에 대한 실상을 파악했다.

이후 여성 인권 침해를 해소하고자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여러 도시를 벤치마킹을 마치고 2022년 12월 2일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와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폐쇄를 위한 첫 걸음을 뗏다.

김경일 시장은 "파주소방서와 파주경찰서가 함께 힘을 모아준 만큼, 모든 행정을 총동원해 성매매 집결지의 완전한 폐쇄를 이뤄내겠다"며, "불법 성매매에 대한 집중단속과 강력 처벌을 시행하고, 불법건축물은 강제철거하는 등 불법과는 일체의 타협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가운데)와 이재성 파주경찰서장, 정찬영 파주소방서장이 지난 1월 26일 시민들과 함께 '여행길 걷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진균기자
김경일 파주시장(가운데)와 이재성 파주경찰서장, 정찬영 파주소방서장이 지난 1월 26일 시민들과 함께 '여행길 걷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진균기자
특히 시는 성구매자로부터 학대와 다름없는 온갖 폭력에 시달린 성매매피해자들을 위한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탈성매매에 성공한 성매매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해 '성매매피해자 등에 대한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 다른 지자체보다 두 배 많은 기간인 2년 동안 생계비와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를 지원한다.

자립 준비가 끝나면 자립지원금도 지원하면서 법률 및 의료지원, 치료회복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지난 5월 조례 시행 이후 두 번째 자활지원을 결정하는 등 탈성매매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효과를 내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성매매집결지는 성구매와 성매매 알선 및 강요가 불법행위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게 하는 착시효과를 안겨준다"며, "보다 쉽게 성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게 하는 폭력적인 문화를 조장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주에 남아 있는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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