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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철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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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철거’ 첫걸음

▲ 2일 오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소방도로 개설을 위한 업소 철거가 시작됐다. 조주현기자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았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변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수원시의 소방도로 개설 사업으로 일부 업소가 철거되면 여성인권사업 등을 추진하는 거점 공간이 마련될 전망이다.

2일 오전 10시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선 석면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앞서 시는 2018년 8월부터 집결지 내 좁은 골목에 폭 6m의 소방도로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2년 6개월에 걸쳐 건물주, 영업주 등과 보상 절차를 마무리 짓고 이날 첫 공사에 나선 것이다.

시공 인력과 감리, 농도 측정 담당 등 10명은 새하얀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업소 내부로 들어섰다. 빨간 불이 꺼진 업소 안에는 종사자가 손님을 기다리던 의자와 화장품, 옷가지, 인형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공사를 지켜보던 종사자 A씨(38ㆍ여)는 “이번에는 정말 이곳이 사라지려나 싶다”며 “막막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다리를 놓고 슬레이트 지붕 위를 오르내리던 작업자 B씨(55)는 “소방도로를 만드는 구간의 처음과 끝에 장미꽃 벽화가 그려져 있다”며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장밋빛 미래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 중”이라고 했다.

▲ 2일 오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소방도로 개설을 위한 석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주현기자

석면 제거에 이어 오는 6월 건물 철거를 마치면 지하 매설물 공사가 진행된다. 올해 안에 소방도로 개설을 완료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도로가 들어서는 구간은 육교사거리 방면 도로 오른쪽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 진입로부터 업소가 몰려 있는 163m 구간이다.

이번 사업으로 업소 113곳(영업주 71명ㆍ종사자 250여명) 가운데 19곳이 철거된다. 완전 폐업 16곳, 부분 철거 이후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업소가 3곳이다. 업소가 사라진 자리엔 LED 가로등 7개소, CCTV 9개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시는 보상 과정에서 집결지 내 필지 820㎡를 추가로 매입했다. 거점 공간을 마련하고 문화예술 및 여성인권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점 추진되는 사업은 ‘성매매 집결지 기록사업’이다. 여성 인권이 침탈된 현장과 그 기록을 생생하게 보존함으로써, 미래 세대가 성매매에 경각심을 느끼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철거 전 이주 단계부터 영업주, 종사자 등을 만나 기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희 수원시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장은 “단순히 일부 업소의 철거보다 그간 불법이 이뤄졌던 닫힌 공간이 밖으로 개방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시 차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올해를 변화의 기점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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