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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하면 일자리 알아봐주겠다”···간호사 ‘스폰 사기’ 주의보

윤기은 기자
A씨가 지난 5월31일 간호사 준비생에게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왼쪽)와 카톡 메시지. 독자제공

A씨가 지난 5월31일 간호사 준비생에게 보낸 인스타그램 메시지(왼쪽)와 카톡 메시지. 독자제공

“간호부장님들과 아는 사이인데, 가고 싶은 병원 꽂아줄게요. 모텔에서 볼까요?”

대형병원에 취업시켜준다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간호사 준비생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대학병원 간호사’라고 소개하며 메시지를 보낸 이 남성은 해당 병원을 다니지 않고 있고, 취업시켜주겠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21일 간호사 준비생 11명으로부터 남성 A씨가 대형병원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접근했다는 증언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일부는 A씨가 보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A씨는 2021년 9월부터 이달까지 이들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접근했다고 한다.

간호사 준비생 B씨가 지난 5월31일 받은 메시지에서 A씨는 “OO병원 현직 간호사다. 성적, 토익, 자격증, 경력, 스펙 상관없이 5년차 연봉에 준하는 월급으로 받고 원하는 부서에서 시작하게 해주겠다”며 “대학교 지도교수님들께서 이 병원들 간호부장으로 있어서 제가 추천하면 뽑아주신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병원 사원증이나 병원 내부 사진, ‘근무 중’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코인이 대박나서 투자금을 11억으로 불렸다. 스폰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스폰 조건을 제시하면서 “졸업 후에는 이런 사이 끝”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야 하는데 누가 알게 되면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간호사 준비생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한달에 600~700씩 해줄 수 있다”며 “한달에 3번 만나서 섹스하는 거 치고는 부족함 없이 해주는 거다”고 했다. A씨로부터 “(입사 준비 과정이) 복잡한 거 많은데 만나서 얘기하자. 밥먹고 모텔가서 성관계를 하자”는 메시지를 받은 간호사 준비생도 있었다.

A씨는 “취업 과정을 누가 들으면 안되니 방에서 따로 얘기하자”며 간호사 준비생을 모텔로 유인하기도 했다. 간호사 준비생 C씨는 “나중에서야 스폰 얘기를 꺼냈고 ‘나 만나는 자체가 로또고 기회다’ ‘인생 펴는 거다’는 말에 성관계를 하게됐다”며 “업계가 소문이 빠르다보니 이 과정을 누군가 알게될까 겁이 나 이 일을 주변에 말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A씨는 C씨에게 취업을 시켜주지 않았고, 금전적 대가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병원을 2018년 그만뒀으며, 제안에 응한 준비생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간호사 D씨는 통화에서 “핫바를 먹으려던 여성 간호사에게 ‘그게 내꺼보다 작다’며 성희롱해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인사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만뒀다”며 “다른 간호사는 ‘답을 안 하는데도 A씨가 수시로 카톡을 보내와 괴롭다’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성년을 속여서 성관계를 유도한 것을 성범죄로 처벌하는 규정 자체는 없다”며 “이전 회사 사원증을 보여줬더라도 사원증을 위조·변경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을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남자 간호사가 자신보다 취약한 조건에 있는 ‘취준생’에게 취업 알선을 빌미로 성적 관계를 요구한 것은 지위를 이용한 성적 침해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성폭력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반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성폭력 유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A씨의 입장을 듣고자 통화와 SNS 메신저 등으로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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