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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라지지 않는 서울의 그림자...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스물스물]

김혁준 기자
입력 : 
2023-04-01 07:00:00
수정 : 
2023-04-03 13: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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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하던 사람이 재개발추진위원장
악습의 고리를 끊는 방법 필요해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최근 방문한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에 불이 켜져 있다. <김혁준 기자>

# 최근 밤 늦은 시간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일대. 유리문 넘어 붉은 조명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2021년 6월 영등포 도심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발표하며 예비추진위원장까지 선출됐지만 이곳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날 20여명의 성매매 여성은 ‘유리방’에 앉아 있었고 지나가는 남성들을 호객하기 위해 유리창을 말없이 두드리며 손짓을 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돼”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성매매를 하러 온 남성은 10명가량 됐다. 국내에서는 성매매 자체가 엄연히 불법임에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의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성매매 업소에 재개발 이주 보상금을 챙겨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성매매 업자들은 이주보상금을 기대하며 1회당 20만~30만원의 돈을 받고 여전히 성매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업소를 관리하는 이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대여섯 개의 차량을 나눠타고 주변을 계속 돌기도 했다.

매일경제취재를 종합하면 성매매 업소 포주였던 A씨가 재개발추진위원장을 맡아 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성매매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서 민간 재개발 추진위원장까지 맡아 재개발 이익과 이주 보상금을 챙기는 이중구조인 셈이다.

A씨가 받고 있는 재판이 길어지면 추진위원장 자리도 보전돼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6월 30일 재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예비추진위원장으로 A씨가 당선됐다.

A씨는 이곳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에 필지 2개를 갖고 있다.

A씨는 현재 성매매 알선죄로 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무죄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재판에서 일부 성매매장소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성매매업소를 운영했을 뿐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아내는 2019년 2월4일부터 같은 해 12월1일까지, 2020년 2월17일부터 같은 해 5월11일까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A씨와 A씨의 아내 B씨를 잘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년 전엔 B씨의 가게 앞에서 커피를 팔기도 했다”며 “아내가 업소를 운영하는데 남편이 모른다고 하는 것을 과연 판사들이 받아들여줄까”라고 말했다.

A씨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재개발추진위원장 자격을 잃을 수 있지만 영등포구청은 지난 6월 A씨의 추진위원장 당선을 승인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A씨의 재판을 알고 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대법원 선고까지 갈 수 있어 추진위원회에서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다음 공판은 5월에 열린다.

성매매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문의가 올라온다.

이곳은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구조로 지난해 12월 30일 한 여성 이용자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아직 운영하냐”고 물었다.

다른 성매매 여성들은 “영등포와 같은 업소는 몸을 더 심하게 굴리게 된다”며 다른 성매매 업종을 추천하기도 했다.

영등포 집결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김민영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50명의 성매매 건물주들을 고발했지만 3명만 기소가 됐다”며 “영등포도 재개발 논리에 따라 용산, 청량리, 천호동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개발로 인해 어떤 것도 없이 그냥 빈손과 맨몸으로 쫓겨 나가는 건 여성들이었다”며 “건물주들 모두 정확하게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몰수 및 추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래된 이권으로부터 업주들을 분리해야 여성들의 생존권과 여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한 논의가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통화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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