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인플레·경제난 직격탄 드리운 LA한인타운

지난해만 매매춘 등 혐의로 300명 가까이 체포

관련 단속법 폐지로 불법행위 늘어날 가능성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 일상 생활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이 점차 악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LA코리아타운 주변에서 성매매가 다시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인 거주지 환경이 악화하고 범죄 발생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범지역으로 불리는 LA한인타운 서북쪽 웨스턴 애비뉴의 으슥한 골목길. 해가 떨어지면 화장기 짙은 여성들이 접근해 값을 흥정하는 일이 잦다.  (사진=봉화식 기자)
우범지역으로 불리는 LA한인타운 서북쪽 웨스턴 애비뉴의 으슥한 골목길. 해가 떨어지면 화장기 짙은 여성들이 접근해 값을 흥정하는 일이 잦다.  (사진=봉화식 기자)

LA경찰국(LAPD)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윌셔센터를 포함한 한인타운에서 성매매업-성매수-매춘 알선-각종 성범죄 관련 혐의로 294명이 체포됐다. 팬데믹 위기가 본격화하던 2020년(114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LA시 전역의 체포 숫자는 2020년 2,214명에서 2022년 2,44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LAPD 관할 지역에서 펼쳐진 스팅 오퍼레이션(불시 검거작전)에서는 116명이 불법 성행위와 인신매매 혐의로 무더기 체포됐다. LA시 전체 성매매 체포 8건중 1건이 한인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셈이다.

최근 10년간 LA 한인타운의 성매매 체포 숫자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으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LA 전역에서는 2011년 3205건, 2016년 2724건, 2018년 1563건, 2021년 1139건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코리아타운에서는 2011년 263건, 2013년 130건, 2016년 37건까지 감소하고 2017년 55건, 2018년 94건, 2021년 183건이었다.

성매매 체포 증가는 팬데믹 위기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주민들의 신고와 경찰의 로케이션 단속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코리아타운 웨스턴 애비뉴를 기점으로 3가~1가~렉싱턴~멜로즈를 잇는 ‘핫 스팟’ 사이에서 홀로 걸어다니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춘부들이 호객을 목적으로 할리우드에서 한인타운 북쪽까지 원정오는 것이다.

LA코리아타운 웨스턴-렉싱턴이 만나는 삼거리의 행인들이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밤 늦은 시간이 되면 나홀로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LA코리아타운 웨스턴-렉싱턴이 만나는 삼거리의 행인들이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밤 늦은 시간이 되면 나홀로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새해에도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고 치안 부문의 방범 예산이 대폭 삭감된 탓에 일손이 부족해진 경찰도 직접적인 인명피해와 관련없는 매춘에 대해선 적극적인 단속의지를 보이지 않는 편이다. 서쪽 태평양 연안의 산타모니카와, LA 다운타운 한가운데 자리잡은 한인타운에서 매춘 행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인타운 성매매 단속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시의회에서 예산 10만8,000달러를 할리우드 경찰서 순찰 강화에 배정하는 발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3년부터 성매매를 목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어슬렁 거리며 배회(loitering)’하는 것을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기존의 주법을 없애버렸다. 이에따라 적극적인 초동 탐문수사가 제약을 받으면서 성매매 단속이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회’에 대한 법 조항 해석이 애매모호하고 경찰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인권논란 때문에 폐지됐지만 새 법안이 성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남미·흑인계 등 아파트 거침없이 들락날락

웨스턴과 1가가 만나는 사거리에서는 히스패닉-흑인여성들이 신호등 앞에서 멈춘 차량에 다가와 말을 거는 일이 흔하다. 주변에 식당도 많은데 인근 업소 주차장까지 걸어다니며 가게 영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한인타운 매춘은 거리 호객행위 외에 불법광고-유흥업소-온라인을 통해서도 암묵적으로 이뤄진다. 한인타운 한복판 윌셔길에 자리잡은 아파트에서는 특정 유닛을 시간대별로 들락거리는 다양한 인종의 방문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신고를 하고 싶어도 확실한 물증이 부족하거나 후환이 두려워서 망설이다가 모른체 하게 된다는 것이다.

101번 프리웨이가 지나가는 웨스턴 애비뉴 북쪽 지점 오른쪽에 아르메니아 정교회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만성 정체지역으로 저녁 무렵부터 매춘여성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로 유명하다. 
101번 프리웨이가 지나가는 웨스턴 애비뉴 북쪽 지점 오른쪽에 아르메니아 정교회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만성 정체지역으로 저녁 무렵부터 매춘여성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매체가 “이른 아침시간 한인타운서 매춘 여성을 봤다”는 목격담을 게재하기도 했다. 경찰차가 자주 순찰도는 지점에서 대놓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실을 이해할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인타운 동쪽 버몬트 애비뉴에 위치한 올림픽 경찰서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연결시켜주거나 유흥업소, 인터넷 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춘이 이뤄진다. 범죄 조직과 알선책이 ‘크레이그 리스트’와 같은 웹사이트에 버젓이 광고를 올려 고객(?)과 접촉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아파트와 주택가, 숙박업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이런 일이 벌어지지만 타인종에 비해 한국 여성이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한인여성은 거리 호객을 벌이는 흑인·중남미계와는 달리 건물안에서 은밀하게 일을 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매춘 화대는 시간당 200달러가 기본으로 알려져 있다. LAPD는 “주택가 불법 매춘이 의심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경찰서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인 경관은 “400만명이 거주하는 미국 제2의 대도시 LA는 3년뒤 월드컵·5년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곳곳서 재개발이 한창이다. 이곳의 한국인은 20만명으로 세계 최대규모 코리아타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류 파워가 날로 커져가는 시점에서 개고기 파동에 이어 성매매 추문으로 이미지가 흐려져서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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