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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집창촌 잇단 폐쇄 동두천 생연7리 풍선효과 우려
민간 투자 없는 동두천 홍등가 폐쇄 쉽지 않을 전망

(동두천=뉴스1) 양희문 기자 | 2023-02-27 06:07 송고 | 2023-02-27 08:34 최종수정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업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업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경기지역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2021년 수원역 홍등가의 불이 꺼진 것을 시작으로 평택 삼리와 파주 용주골도 재개발 논의와 함께 폐쇄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집창촌 폐쇄에 따른 풍선효과로 동두천 생연7리 홍등가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 저물자 붉게 물든 동두천 홍등가
26일 오후 7시께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깜깜했던 집창촌 골목이 일제히 붉게 물들었다. 골목 양쪽으로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일명 ‘유리방’이 즐비했다. 이 안에서 여성들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채 손님들을 기다렸다.

홍등 아래 줄지어선 여성들은 "오빠∼" 업소 앞을 지나가는 남성들을 붙잡았다. 한 남성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확인한 뒤 가게 앞으로 갔고, 이내 여성의 손에 이끌려 안으로 사라졌다. 손님을 놓친 여성들은 쪼그려 앉아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날 생연7리 홍등가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20여개의 성매매 업소가 불을 켠 상태였지만, 이곳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은 드물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외국인 손님이었다. 내국인은 열에 한두 명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60대)는 “요즘은 한국인이 거의 없고 대부분 포천과 양주, 동두천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찾는다”며 “이 친구들을 받아주는 성매매 업소는 이곳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출입제한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집창촌 잇단 폐쇄에 생연7리 확대되나

경기도내 집창촌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실제 2021년 수원역 홍등가가 폐쇄된 데 이어 평택 삼리와 파주 용주골도 재개발 논의가 이어지면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지자체들도 경찰과 합동 단속을 하고, 업주를 설득하는 등 단계적 폐쇄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문제는 풍선효과다. 최근 도내 집창촌이 대거 폐쇄하면서 동두천으로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구 유출과 미군부대 축소로 자연적 폐쇄가 진행되던 생연7리가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0년대 초 생연7리에는 50여개 업소가 성행했지만, 현재는 27개 업소로 감소한 상황이다.

식당 업주 B씨(50대)는 “청량 588이 문을 닫고 나서 몇몇 여성들이 이곳으로 왔다고 들었다. 파주 용주골이 폐쇄되면 생연7리로 몰릴 게 뻔하다”며 “예전보다 크기가 줄었는데 다시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등가를 찾는 사람이 대부분 외국인이기 때문에 매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 하루빨리 철거를 해서 개발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내 골목이 붉게 물들어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26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생연7리 성매매 집결지 내 골목이 붉게 물들어 있다.2023.02.26./뉴스1 양희문 기자

◇생연7리 불 꺼질 수 있을까?

동두천시도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경찰과 함께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업주에게 자진 폐업을 설득할 방침이다. 또 성매매 종사자들에겐 자활교육과 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해 일자리를 알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폐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원과 평택, 파주는 민간 투자가 들어와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는 데 따른 폐쇄다. 반면 최전방인 데다 인구유출이 심한 동두천은 개발 심리가 낮아 민간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시 차원에서 건물이나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민간사업자가 들어와 빠르게 폐쇄가 결정됐지만, 동두천은 예산도 적고 투자도 없어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단기적 폐쇄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연 소멸되는 방법으로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과 함께 꾸준한 단속을 펼쳐 집창촌에 대한 외연 확장을 막을 방침”이라며 “시민들이 폐쇄를 원하는 만큼 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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