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하게 교묘히… 그루밍의 덫]
1. 구직 과정서 성매매로 유인되는 여성들
2. 피해 심각한데, 단속은 미온적
3. 가까워진 성매매 입구 통로… 해결 논의 시작해야
/그래픽 일부 게티이미지뱅크 |
#2. 10대 청소년인 정하영(가명·18) 양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끔찍한 성피해를 입었다. 가정사로 집을 나온 하영 양은 당장 묵을 집과 돈이 필요했기에 숙식을 제공해 준다는 구직사이트의 한 광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 업무는 마사지샵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초보자도 가능한 일이었고, 하영 양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있던 업주는 하영 양과 상황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숙소도 마련해 줬다. 그녀에게 업주는 꼭 필요한 존재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업주는 그 믿음을 이용해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해주는데 너도 그에 맞춰줘야지"라며 당장 일을 그만두면 거리로 나가야 했던 하영 양에게 집과 돈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결국, 업주의 강요에 등 떠밀리듯 성매매를 시작한 하영 양은 자신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수 개월간 원치 않는 성피해를 받아야 했다.
최근 구직 과정에서 사회 경험이 적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쉽게 유인돼 성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압적으로 폭행하거나 협박해 여성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인하는 등 수법은 더 교묘해 졌다.
이들은 구직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퇴폐업소가 아니라며 안심시킨 이후 친밀감을 형성해 성매매로 유인하는 '그루밍 성범죄'를 일삼는다.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신뢰를 쌓아 성폭력을 저지르는 범죄로 피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져 자신의 피해를 알지 못하거나 강하게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른다.
이들은 구직 사이트에서 건전 업소로 속이고 있으나 퇴폐 업소라는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경제적 취약 상태인 여성과 청소년이 성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역의 한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구직 과정에서 불건전 업소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하고 업주의 말에 현혹돼 자신도 모르게 성매매에 빠져들게 된 피해 사례가 최근에도 발생했다"라며 "처음부터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보다 이 같은 과정처럼 점차 성매매 늪에 빠지게 된 경우가 더 많다. 하루빨리 이를 막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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