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 돈은 고작 20만 원 남짓… 갈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성매매특별법 20년 완월동 폐쇄 원년으로]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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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나온 여성 3인 만나 보니

선불금 빚·차용증 탓 저축 못 해
안정적 주거 확보에 최소 6개월
탈 성매매 위해 공공 개입 필요

B 씨가 그린 완월동 업소 내부 구조. B 씨는 “1층에 큰 협탁을 뒀는데, ‘그냥 밥 먹고 같이 놀 뿐, 장사를 안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손혜림 기자 B 씨가 그린 완월동 업소 내부 구조. B 씨는 “1층에 큰 협탁을 뒀는데, ‘그냥 밥 먹고 같이 놀 뿐, 장사를 안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손혜림 기자

성매매 집결지의 완전한 폐쇄는 공간의 철거를 넘어, 그곳에서 생업을 유지하던 사람들의 성매매 중단을 의미한다. 공간은 사라져도 사람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시 성매매로 유입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탈(脫) 성매매를 유도하는 최소한의 공공 개입이 필요하다.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부산 서구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업소를 나와 생활하는 40대 여성 3명을 만났다. 90년대부터 인생의 대부분을 집결지에서 지냈거나, 2010년께 완월동에 흘러 들어온 이들이다. 최근 성매매피해상담소의 도움으로 업소에서 나왔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바탕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에 남들보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빚을 지거나 직업소개소에 사기를 당해 시작된 완월동 생활이었다. 성매매 여성이 돈을 많이 번다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손에 쥔 것은 많지 않았다. 돈을 벌어도 선불금 명목의 빚을 갚으며 온갖 지출이 반복됐고, 금전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차용증 탓에 계좌가 압류돼 있고,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해 대출은 언감생심이다. 돈이 없어 질환 치료를 미루다 합병증을 얻기도 했다.

A 씨는 “번 수익에서 직업소개소나 나까이(호객꾼)에게 10%를 떼주고, 나머지는 업주랑 절반씩 나눈다. 처음엔 방 월세 270만 원, 선불금 이자 100만 원, 드레스를 입었을 땐 옷값만 매달 40만 원씩 들었다”며 “손님용 커피, 음료수, 물에다 세탁비도 아가씨들이 돈을 모아 해결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선불금을 완월동에 오기 전 일하던 다방에서 진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했다.

C 씨는 “뻑비(일을 하지 않는 대신 업주에게 지불하는 돈)는 60만~70만 원이었다”며 “한 달에 4번 쉬면 최소 240만 원인데, 가게가 아예 문을 닫은 날도 있으니 그보다 더 많이 내야 했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대우에도 진작 업소를 나오지 않은 것은 주거와 생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또 오랜 기간 좁은 생활반경을 유지하다 보니, 도움을 받거나 다른 대안을 제안할 만한 인간관계도 전무했다. 이들 셋이 업소를 나올 때 갖고 있던 돈은 다 합쳐 20만 원 남짓. 방을 구하기에 가진 돈은 턱없이 적었고, 당장 몸 둘 방 한 칸이 있는 그곳에 남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 10년, 20년이 지났다.

B 씨는 “바깥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갈 집도 없고, 아는 사람이라곤 아가씨들밖에 없어서 세상에 나서기 무서웠다”며 “집을 구할 형편도 아니어서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집결지에서 나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고 비교적 안정적인 주거가 확보되기까지 최소 6개월. 쉼터처럼 잠깐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모르면, 노숙 생활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탈 성매매는 어려웠다. 이들에게 성매매가 아닌 삶을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최소한의 공공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C 씨는 “상담소를 알고 내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완월동이 사라져도) 다른 업소에서 일했을 것 같다. 유혹의 손길도 있었다”며 “가게 주인은 (상담소와) 말도 섞지 말라고 해서, 오히려 불이익을 얻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각성 효과가 있는 다이어트 약과 수면제로 하루를 버티던 일상을 끝낸 이들은 이제는 건강을 회복하고 스스로 두 발을 딛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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