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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청소년 출입 금지 구역’으로 모두가 외면하며 쉬쉬하고 숨기고 싶었던 공간이 밝은 빛을 머금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간 삼리’와 ‘교차공간818’에서 2024년 1월 14일까지 열리는 전시 ‘그린 라이트(GREEN LIGHT)’를 통해서다.

‘그린 라이트’는 평택1구역 재개발 지역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시 재개발지에서의 공간 기억과 문화적 상상력을 접목했다.

전시가 개최되는 이 구역은 ‘쌈리’라 불리는 평택의 성매매 집결지이다. 때문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고, 열려 있으면서도 폐쇄된 듯한 곳이었다. ‘공간 삼리’ 역시 성매매 업소로 운영되던 곳이었으며, 이와 마주보고 있는 ‘교차공간818’은 여관이었다.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평택역 앞 오래된 건물 2층에 위치한 교차공간818에 들어서면 낡고 깨진 욕실타일들이 작품보다도 먼저 눈길을 붙잡는데, 가벽이 허물어지고 창문이 사라졌어도 공간에 새겨진 누군가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 옆으로는 부서진 페인트 조각들이 놓여 있다. 시간에 따라 덧칠해 두꺼워진 도로 위 ‘청소년 출입 금지 구역’ 글자를 떼어낸 것으로, 이 지역 재개발을 맡은 강범규 BT그룹 대표의 작품이다.

그를 비롯해 ▶녹음 ▶박영희 ▶안민욱 ▶양성주 ▶평택미클 ▶형태와 소리 ▶황혜인 등 작가 8명(팀)이 회화, 서예,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은 디렉터는 "여러 매체들을 활용해 전시를 구성하고 싶었다"면서 "치유, 기록, 흔적 등 하나의 메시지나 방향성에 국한되지 않고, 이 공간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박영희 작가는 식물과 자연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재현한다. 식물의 외형보다는 감각적 차원의 변화에 주목한다. 황혜인 작가는 평택의 하루를 사진으로 담았다. 농촌과 도시, 다문화와 전통 등 문화적 특징을 통해 평택의 현재를 보여 준다.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공간 삼리’는 올해 봄까지도 영업을 이어가던 성매매 업소였다. 어두운 붉은 조명뿐이던 이곳을 1층은 ‘형태와 소리’, 2층은 ‘녹음’ 팀이 빛과 소리로 새롭게 만들었다. 밝은 백색등이 공간을 낯설게 만들고, 우거진 자연의 풍경이 소외된 존재들을 위로한다.

양성주 작가는 평택 집창촌에 예고된 변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들을 서화 작업으로 선보인다. 기억과 상실, 상처와 치유를 겪는 삶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전시 ‘그린 라이트’ 전경. 사진=정경아 기자

평택미클은 ‘공간 삼리’에서 있었던 일상들을 상상하고 그 공간을 재구성했다. 이곳에 남겨져 있던 메모, 달력, 책 등 사물을 활용해 특수한 공간에서 이어갔던 보통의 일상들을 마주하게 한다.

‘그린 라이트’가 재구성한 ‘쌈리’의 풍경들은 이제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된다는 녹색 신호등이 된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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