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기물처리업체 법인카드로 성매매, 관할 송파구청은 '나 몰라라'

[비즈한국]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위탁 업체 (주)리클린에서 임직원이 법인카드로 성매수를 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밝혀졌다. 리클린 소속 임원은 단체 회식 후 직원들과 함께 성매매 업소를 출입했고, 이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최근 리클린은 이 사건을 자체 조사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현재 (주)리클린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올 5~6월 회식 후 성매매 업소 방문 여러 번

비즈한국 취재 결과, 리클린 일부 임원과 팀장들은 올해 5~6월 직원들을 여러 차례 성매매 업소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성매매 업소에 출입했다는 직원 A 씨는 “5월 17일 팀 회식을 했다. 오후 6시에 2차로 노래방을 갔다. 당시 B 팀장과 C 이사가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술이 나왔고 이후 우리 일행 수만큼 여성들이 들어왔다. 이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여성들과 밖으로 나갔다. 남아 있는 여성에게 물어보니 ‘성관계 하는 조건으로 결제가 됐다’며 한 건당 23만~25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은 여러 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직원 D 씨는 “5~6월 팀별 회식 때마다 회사 관리자들이 2차로 성매매를 하는 노래방에 갔다. 그동안 직원들끼리 회식 후 따로 2차를 간 적은 있었지만, 관리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해 성매매 업소를 데려간 건 이때가 처음이다”고 증언했다.

최규철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송파지부장은 “팀장과 본부장급은 전부 성매매 업소를 갔다. 당시 결제한 돈이 업무추진비로 사용된 사실을 알고 이를 조사하라고 노동조합 차원에서 항의했다. 회식도 관리자들이 주도했고, 성매매 업소 역시 관리자들 주도로 갔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했다. 법인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회사가 모를 수 없는 구조다. 이후 사측이 인사위원회를 열었는데, 징계 대상 명단에는 일부 간부와 비조합원 직원들이 빠졌다”고 말했다.

#정작 주동자는 빠져? 징계 대상자도 논란

리클린은 뒤늦게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9월 11일 진행된 리클린 내부 조사 진술서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당시 비용은 140만 원(5명)이 결제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발언했다. 조사를 받은 직원 E 씨는 “그날도 윗분들이 우리랑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참석하게 되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돼 안타깝다. 성매매를 하는 것을 알고 가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따라갔더니 그런 곳이어서 당황했는데, 만약 아는 상태에서 성매매 업소로 가자고 했다면 절대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E 씨는 또 “6월에 일어난 사건이다. 지금 9월인데 노래방에 대한 비용 승인이 완료됐을 것인데, 그땐 왜 조사를 하지 않았나? 회사도 묵인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리클린은 12월 5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징계 대상을 결정했는데, 성매매 업소 방문을 주도한 임원과 일부 팀장은 여기서 빠졌다.

12월 6일 일부 직원들이 받은 ‘징계처분 통보서’에는 “징계 대상자가 회식자리에서 여종업원(도우미)을 호출해 함께 술을 마셨고, 술자리에서 옷을 벗고 노는 유흥 및 성행위 등의 부적정한 행위에 1회 직접 참여”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최규철 송파지부장은 “관리자들이 성매매 업소 방문을 주도하고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에 대해 항의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성매매 업소에 함께 간 비조합원 일부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사측은 임원들은 별도로 징계한다고만 하고 인사위를 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비즈한국은 리클린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리클린, 송파구 음식물처리시설 20년 위탁…입장 물어도 묵묵부담

송파구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 건물 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제공

리클린은 2008년 송파구청으로부터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 운영사업자에 선정된 후 현재까지 송파자원순환공원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을 위탁 운영 중이다. 계약 만료는 2032년 3월이다. 관리 운영의 수익권은 리클린에 있지만, 관리·감독 책임은 송파구청에 있다. 송파구청은 매년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리클린의 성매매 논란과 관련해 문의하자 송파구 자원활용과 관계자는 “내부 징계는 관여할 상황은 아니다. (성매매 사건을) 송파구청에서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클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은 “회사 경영이 어렵다면서도 성매매를 알선하며 조합원을 회유하려고 시도한 일도 있다. 사건을 은폐하려한 경영진은 물러나야 하며, 송파구청에서 시설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리클린의 모회사는 리클린홀딩스다. 리클린홀딩스그룹은 경남 함안군의 엠함안, 경기도 여주시 엠다온, 서울특별시 중구 엠푸름, 경기도 이천 엠이천, 대구광역시 리클린대구 등 폐기물 및 자원회수 관련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리클린홀딩스는 2015년 11월 9일 자본금 1억 6300만 원으로 설립됐으며, 2023년 3월 31일 기준 납입자본금은 35억 4600만 원이다.

2019년에는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이와 관련해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송파구청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리클린이 운영하는 송파구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시설은 ‘악취’ 민원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아 ‘악취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송파구청이 검사를 업체에 사전 통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관련기사 송파구자원순환공원 10년째 민원 쏟아져도 악취검사는 '합격', 알고보니…).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