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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여성들]③ "법 만들어 놓고 방치한 사회가 공동 책임"

송고시간2023-1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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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우리나라 최초이자 부산지역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의 재개발 사업이 최근 승인됐습니다.

완월동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60여명은 다시 사회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 과정을 함께 했던 여성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일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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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끈 여성단체들 "지역사회 앞장서야"

개발 방향 정하기 전 여성 자활 방안 모색이 우선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최초이자 부산지역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의 재개발 사업이 최근 승인됐습니다. 완월동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60여명은 다시 사회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완월동의 개발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 기사를 20일부터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2019년 철거 앞둔 대구 '자갈마당'
2019년 철거 앞둔 대구 '자갈마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 완월동에 주상복합 개발이 승인됨에 따라 폐쇄가 가시화된 것처럼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 역시 도시재생사업, 아파트 재개발 등으로 인해 하나둘씩 사라졌다.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 과정을 함께 했던 여성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일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조언한다.

2019년 철거 앞둔 대구 '자갈마당'
2019년 철거 앞둔 대구 '자갈마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과 시민들을 위한 적절한 개발이 이뤄지기 위한 요소로 '지자체의 의지'를 꼽았다.

2019년 모든 업소가 완전히 문을 닫은 대구의 경우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의 폐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동시에 여성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에는 원래 성매매 여성 110여명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2017년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서 자갈마당 철거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2019년 철거하는 대구 자갈마당, 민간개발 본격화
2019년 철거하는 대구 자갈마당, 민간개발 본격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상담소 전 소장은 "자갈마당 부지를 민간 혹은 공공으로 개발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대구시는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먼저 책정했고 시의회에서도 단일한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바로 통과됐다"며 "업소에 있는 여성이 2017년 7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2019년 말까지 심의를 통해 매달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개념으로 접근해 가능했던 일"이라며 "대구시장과 시의회를 비롯해 이 지역의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등이 단일한 목소리를 낸 행정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90여명의 여성에게 주거지원비 700만원, 직업훈련비는 300만원, 매달 생계비 10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해 1인당 2천만원가량의 예산을 집행했다.

2018년 철거된 아산 장미마을 유흥업소
2018년 철거된 아산 장미마을 유흥업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남 아산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장미마을 역시 아산시가 폐쇄하기로 나서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사례다.

당시 아산시는 전국체전을 앞둔 데다가 인근이 정비 사업으로 많은 주민들이 찾게 되면서 장미마을에 여성친화형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시는 탈성매매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성매매 여성을 위한 이사 비용과 주거지는 물론 생활비를 월 100만원씩 1년 동안 지원했다.

2019년 아산 장미마을 철거 전과 후
2019년 아산 장미마을 철거 전과 후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 여성을 지역민으로 바라보고 토론회를 직접 여는가 하면 여성 인권 현장 상담소를 운영하며 성매매 여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직접 수립하기도 했다.

당시 아산시 여성정책보좌관으로서 사업을 이끈 윤금이 천안시 성평등전문관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에서의 결단과 사업 방향"이라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사업 후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진행해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산시의 경우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이들의 삶을 통해 인권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공유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매매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주 선미촌 과거 모습
전주 선미촌 과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은 2020년 문을 닫아 현재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재정비됐다.

이곳은 당초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를 시작으로 폐쇄를 논의했는데 당시 당선된 전주시장에게 폐쇄를 강력하게 건의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이 거버넌스는 선미촌 부지에 대한 계획 구상, 여성을 위한 자활지원 조례 제정과 성매매 관련 단속과 엄벌을 전주시에 요청했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전주시에서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선미촌 업소 건물을 사들였고, 예술가나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을 조성하는 문화 재생 사업을 시행했다"며 "그동안 접근조차 어려웠던 성매매 집결지가 양성화되면서 성매매 업소들이 하나둘씩 자연스레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주시의원의 조례 발의로 성매매 여성을 위한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송 센터장은 "한 달에 생계비 100만원, 직원훈련비 30만원과 주거 지원비 연 700만원 등 1인당 2천300만원가량을 여성들에게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업소에서는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여성을 붙잡아 두려고 했다"며 "조례 유효 기간이 3년이었는데 지원 신청이 가능한 마지막 달에는 10여명이 한꺼번에 나와 신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철거하는 대구 자갈마당, 민간개발 본격화
2019년 철거하는 대구 자갈마당, 민간개발 본격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 던지고, 사회가 그동안 방치한 성매매의 역사를 어떻게 반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송 센터장은 "완월동에서 수많은 여성이 오랫동안 성 착취를 당했는데, 성매매 관련 특별법만 만들어놓고 실질적으로는 이들을 방치한 우리 사회가 공동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세금으로 왜 자활 지원금을 줘야 하냐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원금이 이들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삭제하지 말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록해서 지역사회의 인권이 더 향상되기 위한 자원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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