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4년 만에 성매매 여성 자활 예산 3억 5000만 원 첫 배정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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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자활 지원 조례 명목
완월동 재개발 승인도 한몫
시의회 반발 기류 통과 변수

철거를 앞두고 있는 부산 완월동의 한 건물. 부산일보DB 철거를 앞두고 있는 부산 완월동의 한 건물.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완월동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시가 완월동 재개발을 승인(부산일보 7월 11일 자 8면 보도)에 따라 집결지 폐쇄가 다가오는 만큼, 2024년 상반기는 성매매 여성이 타 지역으로 유입되기 전 자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기로 평가된다.

시는 내년 예산안에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립·자활지원 조례(이하 조례)’ 명목으로 예산 3억 5200만 원을 편성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2019년 시는 성매매 여성이 재차 다른 업소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로 조례를 제정했으나 4년 간 예산을 편성한 적은 없었다.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유지되는 와중에 섣불리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 시가 완월동 일대에 44~46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대로 성매매 집결지가 해체되면 기존 성매매 여성이 다른 집결지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완월동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결정도 나지 않았기에 완월동 기록화 사업 같은 문화 사업에 집중했다”며 “재개발이 확정된 만큼 이제는 성매매 여성에 직접 지원이 이뤄질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예산 편성 취지를 설명했다.

완월동 성매매 여성도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완월동에서 10년 이상 성매매 여성으로 지냈다는 A 씨는 “10대 시절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소개로 우연히 성매매 업장에서 일하게 됐다. 그때부터 인생의 끈을 놓아버린 것 같다”며 “다행히 직업 훈련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했는데, 다른 성매매 여성도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의회 내 성매매 여성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 관련 예산의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완월동 아카이브 사업의 예산 1억 28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부끄러운 역사, 완월동을 기록하는 데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복지환경위 소속 국민의힘 최도석(서2) 시의원은 “마약, 위압 등 강제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 ‘피해자’를 위한 조례라면 예산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한 여성까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단체는 조례에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 만큼 차별 없는 지원이라는 입장이다. (사)여성인권단체 ‘살림’ 변정희 대표는 “대구에서도 성매매 피해자, 성을 파는 행위자 모두에게 자활 지원을 했다”며 “다른 삶의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빠진 여성들에 ‘자발적’이란 틀을 씌우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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