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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수사’ 3년 차, 미성년자 그루밍 성착취 예방은 지지부진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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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02 06:00:00 수정 : 2023-11-02 0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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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캐릭터 예쁘다! 갖고 싶은 아이템 내가 사줄 수 있는데, 1:1로 이야기 할래?”
“요즘 고민 있으세요? 저한테 이야기하세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SNS에 신체사진 올리는 거 불법인 거 몰라요? 학생이시니깐 반성하는 모습만 보이면 선처해 드릴게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공개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유도하는 일명 ‘온라인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위험 상황이다.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고 심리적 지배 상태에서 성적 대화나 성착취 영상물 제작을 요구하는 ‘온라인그루밍’ 성착취는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한국여성진흥원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유포 및 유포불안 피해 경험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실존적 생지옥’이라고 명명했다. 성착취 불법 촬영물의 경우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유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 모두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고통”을 고백해서다.

 

온라인그루밍(성착취 목적 대화) 위험 상황 예시. 십대여성인권센터 제공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매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요구되나,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그루밍 성착취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입된 경찰의 ‘위장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의 위장수사 제도가 시행된 2021년 9월24일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2년간 총 823명이 검거됐다. 위장수사는 ‘신분비공개’(경찰 신분을 비공개)와 ‘신분위장’(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 두 종류로 나뉘는데, 신분비공개 수사로는 552명, 신분위장수사로는 271명이 검거됐다. 하지만 그 중 온라인그루밍으로 통용되는 ‘성착취 목적의 대화’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7명으로 총 검거 인원의 1%에도 이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현황 

경찰의 온라인그루밍 수사 실적이 낮은 요인으로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온라인그루밍’의 피해자를 ‘아동·청소년’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가 온라인그루밍을 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에게 접근하더라도, 경찰이 실제 아동·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성립이 어렵다.

 

이 같은 법령상의 한계로 경찰은 실제 피해 아동이 발생한 이후에야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위장수사를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위장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장한 경찰이 성인이기 때문에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걸어오는 경우에도 ‘불능범(범죄 결과를 발생시킬 수 없음)’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봐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위장수사 현황

아울러 전국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 담당과에서 온라인 담당 수사인력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여청과 수사인력도 부족한 탓에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8개 시·도경찰청 관할 경찰서 가운데 9개 권역(서울·경기남북부·인천·부산 등)의 여청 수사인력은 정원 미달이다.

 

전국 경찰서 여청과 수사 인력 현황. 경찰청 제공

디지털 성범죄가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보다 더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 A씨는 “신분위장수사 등 수사 특례가 허용되는 디지털범죄에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나 유인, 권유 등도 포함된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인숙 의원은 “성착취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온라인그루밍 대응을 위한 위장수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당국은 온라인그루밍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청 담당 인력 증원 등 현장의 어려움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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