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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100m도 안되는데… ‘낯 뜨거운’ 전단지
유치원·놀이터, 학교·학원 많은 골목
‘셔츠룸’ 등 불법 광고물 떨어져 있어
“애들 볼까봐 걱정” “찜찜하다”
구청 “단속반 운영·모니터링 철저히”
지난 주말 저녁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에 ‘셔츠룸’ 등 청소년 유해 불법 광고물이 거리 위에 널브러져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지난 27일 오후 8시께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가로 9cm, 세로 5cm 크기의 형형색색 전단이 골목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셔츠룸’ ‘하이터치룸’ ‘미녀 항시 대기’ 등의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성매매업소 홍보 전단이다. 이곳으로부터 10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엔 어린이집과 놀이터가, 약 260m 떨어진 곳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곳씩 있어 골목을 지나는 청소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오목교 인근에는 청소년 유해 전단이 깔린 거리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4명이 무리 지어 걷고 있었다. 무리 중 한 명인 송모(18) 군은 “여기 주변에 있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 끝나고 집에 갈 때면 거리 바닥에 이상한 전단이 많이 보인다”며 “볼 때마다 기분이 찜찜하다”고 했다.

구청의 단속 활동에도 성매매업소 홍보 등 각종 음란 전단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학교와 학원, 주거지 주변 거리까지 전단이 깔리면서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날 오후 9시께 양천구 목동역 인근에도 곳곳에 전단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목동역 근방 1km 이내엔 유치원 1곳과 초등학교 3곳, 고등학교 3곳이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오토바이가 ‘부아아앙’ 소리를 내면서 지나갔는데 동시에 전단이 우수수 떨어지더라”며 “애랑 같이 걷는데 괜히 민망했다. 애가 (전단을) 볼까 봐 일부러 말 붙이고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주변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음란 전단물. 안효정 기자

지난 주말 찾은 공덕역과 마포역 주변 거리에도 ‘죽기 전에 한번 가보자’ ‘최고의 사이즈 최고의 마인드’라고 적힌 유해 전단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전단이 깔린 이 골목에서 불과 300m도 안 되는 거리엔 초등학교 2곳이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마포구 주민 B씨는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고 아파트 단지도 있어서 어린애들도 많은데 밤마다 거리가 이래서 되겠냐” “애들이 이게 뭐냐고 물어봐 당황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양천구청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 동안 ‘셔츠룸’ 전단 등 청소년 유해 불법 광고물을 단속했다. 구청 건설관리과, 동주민센터, 주민 등 300여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점검반이 오목교역, 목동역, 신정네거리역 등 양천구 내 주요 지하철역과 통학로 주변을 단속했다.

마포구 역시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약 한 달간 불법 전단 살포를 집중해서 점검했다. 구청과 경찰서가 합동으로 단속을 추진해 1만2300건의 불법 전단을 수거했다. 구청은 이 중 과태료 부과 12건, 번호 정지 6건 등의 행정조치를 시행했고 전단 살포자 6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집중 단속이 지나면 거리는 다시 불법 전단으로 어지러워진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셔츠룸 같은 전단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바로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아 현장 적발이 어렵다”며 불법 전단물이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구청 역시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재 일명 ‘폭탄전화’라고도 불리는 자동경고발신 체계를 도입해서 불법 전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받을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불법 전단물 근속 캠페인을 펼치고 주기적으로 (광고물)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도 “불법 전단물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구청에서 확인 후 바로 전단에 적힌 번호에 대해 사용 정지를 요청하고 있다”며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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