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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번방 방지법' 2년…디지털 성범죄 더 늘어

권선미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 
2023-10-16 17:26:19
수정 : 
2023-10-16 2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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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처벌 강화됐는데도
온라인 커뮤니티·채팅방엔
아동 노리는 성범죄자 상주
성착취물 범죄 피해자도
2019년 59명서 매년 급증
"강요 없어도 죄질 무거워"
사진설명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가 지난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피해자에게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이어갔다. 결국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A씨는 협박 혐의를 벗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2020년 일명 'n번방 방지법'이 통과돼 성착취물 등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처벌 수위가 상향됐다. 2021년 12월 10일 법안이 시행돼 2년이 다 돼 가지만 n번방 모방 범죄 예방이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등 양형 강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고 엄정한 처벌을 하기 위해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방 등에 아동·청소년을 노리는 성범죄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10대 여학생 우울증 상담해주실 분'이라는 제목으로 익명 채팅방을 만들자 20대부터 60대 남성까지 "갈 데가 없으면 우리 집에서 재워주겠다" "남자친구가 있느냐" 등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시도하려는 채팅 수십 개가 순식간에 날아왔다.

미성년자를 노린 온라인 성범죄는 보통 '온라인 그루밍'이 병행된다. '그루밍(Grooming)'은 '길들이기'라는 의미로, 가해자가 성착취를 할 의도로 자신보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미숙한 사람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년 3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된 경험이 초등학생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 결과 온라인 그루밍 노출 경험이 초등학교는 5% 내외, 고등학교에서는 최대 14%까지 높아졌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 및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05명이었던 불법촬영·성착취물·온라인 음란행위 강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2021년 1016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특히 성착취물 범죄 피해자는 2019년 59명, 2020년 85명, 2021년 371명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를 대상으로 한 몸캠피싱 건수도 2018년 365건에서 2022년 544건으로 훌쩍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13세 미만인데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선처하기도 한다. 지난 7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형사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성매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6명이 범죄를 전부 인정했지만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3~20년을 구형했다.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는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한 자를 강간죄의 예에 의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의사에 반하지 않은 경우라도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엄중히 벌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법은 n번방 사건 이후 16세 미만으로 상향됐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 3항은 '16세 미만이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을 사는 행위, 권유, 유인한 경우 모두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대표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은 판사의 관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는 우리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이며 폭행·협박 등 강요가 없었더라도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법부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선미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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