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하려는 ‘n번방’…SNS 개인들이 나섰다

김희진 기자
단속 피하려는 ‘n번방’…SNS 개인들이 나섰다

여성·미성년 성착취 영상
국내 메신저 적발 위험에
텔레그램 비밀방 통해 유통
모니터링·신고·청원 연대
“온라인 범죄 처벌 강화를”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유포, 불법촬영, 여성 연예인의 죽음 등 여성혐오와 여성대상 범죄를 막으려는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어진다. 혐오와 범죄에 대한 법·제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이런 운동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SNS에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계정이 생겼다. “성착취 미디어를 유포하는 텔레그램 채널 및 계정을 신고합니다”라고 개설 목적을 소개했다. 이 계정은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영상이 유포되는 ‘n번방’(아동·청소년 여성의 신상 정보와 성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해 개설된 비밀방)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신고하는 활동을 한다. 여성 지원자들이 유포자를 직접 신고한다. 성착취, 지인합성(여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것), 불법촬영 피해자에게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2019년 ‘웹하드 카르텔’ 공론화로 불법촬영물 유통 경로가 막히고 ‘정준영 단톡방 사건’을 계기로 국내 메신저에서의 적발 위험이 높아지자,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가해자들이 모였다. ‘n번방’ 개설자는 텔레그램으로 정보와 영상을 공유한 대가로 현금, 문화상품권 등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n번방에 대한 보도 이후에도 공론화되지 않자 SNS에서 개인들이 나섰다. 범행 공간이 텔레그램이라 강제 수사도 어렵다.

피해 여성 보호 운동은 SNS에서 여러 차례 이어져왔다. 2018년부터는 ‘SNS 아동·청소년 성매수 근절’ 계정이 활동했다. 미성년자 성매수·유사성행위 계정 정지와 성구매자 처벌을 위한 협조를 트위터에 요구했다. 해시태그 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에 힘썼다. 지난해 10월 연예인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엔 ‘여성 연예인 연관검색어 정화봇(연검정화봇)’ 계정이 등장했다. 악플과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여성 연예인을 보호하기 위해 누리꾼들이 함께 검색어 정화 운동을 벌인다. 같은 취지에서 ‘국내 여자래퍼 연검정화봇’도 생겼다.

여성대상 범죄 해결을 시민의 자체 활동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검정화봇을 운영하는 곽은혜양(19)은 “정화운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음을 제외한 포털에선 (폭력적 발언을 남길 수 있는) 댓글창이 남아 있다”며 “개인이 힘쓸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2015년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고발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등장한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은 지난해 12월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단체가 하는 일에 비해 활동가 수는 너무 적고,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할 여력조차 부족했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 문제는 법과 제도가 해결해야 할 영역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법·제도와 인식 변화로 ‘촘촘한 그물망’ 같은 대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성학대와 착취를 유도한 가해자에 대해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다루려면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의 제도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제작뿐 아니라 소비 행위도 성착취 산업을 키워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중범죄라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며 “온라인 메신저나 SNS 운영업체의 책임도 강화하는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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